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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김병연)의 웃음과 슬픔


대나무 지팡이 하나에 삿갓하나로...
조선팔도를 유랑하던 방랑시인 감삿갓(金炳淵 김병연,1807~1863)...
양반이면서 양반이 아닌 처지에서, 세상을 조롱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며...
자신을 한탄하기도 하며 초월하려고 했고, 민중들과 같이 웃고 울었던 사람.


여전히 우리에게 웃음과 울음을 같이주는 김삿갓...
나는 그를 조선 최고 언어의 마술사라 칭하고 싶다...

                                              (사진은 영월군청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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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 황해도 어는 시골의 서당에 들렀을때의 일이라고 한다.
사람이 왔는데도 훈장은 나와 볼 생각도 안하고 방안의 꼬마들 몇놈만이
문 밖을 내다보며 손님을 우습게 보고 깔깔대는지라
김삿삿이 이 욕시를 대뜸 읆었다고 한다.


辱說某書堂(욕설모서당) 서당욕설


學生乃早知(학생내조지)         학생은 곧 일찍 앎을 닦았는데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선생은 와서 뵙지를 아니하도다.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방안은 모두 귀한 것 투성인데
學生諸未十(학생제미십)         학생은 모두 열살(놈)이 안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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破格詩(파격시)   파격시

天長去無執(천장거무집)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花老蝶不來(화로접불래)        꽃은 시들어 나비가 오지 않네.
菊樹寒沙發(국수한사발)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枝影半從池(지영반종지)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江亭貧士過(강정빈사과)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大醉伏松下(대취복송하)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月利山影改(월이산영개)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通市求利來(통시구이래)        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오네.

*이 시는 모든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어야 한다.
천장에 거미(무)집
화로에 겻(접)불 내
국수 한 사발
지렁(간장) 반 종지
강정 빈 사과
대추 복숭아
월리(워리) 사냥개
통시(변소) 구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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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시인 김삿갓의 욕시(辱詩) 가운데 한소절이라고 한다.

식사때가 다 되어 친구를 찾아갔다.
둘이서 얘기를 나누는데 밖에서

친구 아내 : "인양복일(人良卜一)"하오리까

친구 : "월월산산"(月月山山)커든 이라고 답하는지라

김삿갓 : "견자화중(犬者禾重)들이 정구죽천"(丁口竹天)이로다


즉  식상(食上) : 밥상 올릴까요
    붕출(朋出) : 벗이 나가거든
    저종(猪種) : 돼지의 족속
    가소(可笑) : 가소롭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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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상상은 자유....


嚥乳三章(연유삼장)      젖 핥는 세장의 시

父嚥其上(부연기상)   시아버지가 그 위를 빨고
婦嚥其下(부연기하)   며느리가 그 아래를 빠니
上下不同(상하부동)   위와 아래는 같지 않으나
其味則同(기미즉동)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父嚥其二(부연기이)    시아버지가 그 둘을 빨고
婦嚥其一(부연기일)    며느리가 그 하나를 빠니
一二不同(일이부동)    하나나 둘이 같지 않으나
其味則同(기미즉동)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父嚥其甘(부연기감)    시아버지가 그 단 것을 빨고
婦嚥其酸(부연기산)    며느리가 그 신 것을 빠니
甘酸不同(감산부동)    달고 신 것은 같지 않으나
其味則同(기미즉동)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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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是非非詩(시시비비시)   시시비비

年年年去無窮去(년년년거무궁거)   이 해 저 해 해가 가고 끝없이 가네.

日日日來不盡來(일일일래부진래)   이 날 저 날 날은 오고 끝없이 오네.

年去月來來又去(년거월래래우거)   해가 가고 날이 와서 왔다가는 또 가니

天時人事此中催(천시인사차중최)   천시(天時)와 인사(人事)가 이 가운데 이뤄지네.


是是非非非是是(시시비비비시시)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是非非是非非是(시비비시비비시)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是非非是是非非(시비비시시비비)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고

是是非非是是非(시시비비시시비)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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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俗薄(풍속박) 야박한 풍속


斜陽鼓立兩柴扉(사양고립양시비)  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멋쩍게 서있는데

三被主人手却揮(삼피주인수각휘)  집 주인이 세 번씩이나 손 내저어 물리치네.

杜宇亦知風俗薄(두우역지풍속박)  저 두견새도 야박한 풍속을 알았는지

隔林啼送不如歸(격림제송불여귀)  돌아가는 게 낫다고 숲속에서 울며 배웅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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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笠(영립)   나의 삿갓은


浮浮我笠等虛舟(부부아립등허주)  머리에 쓴 내 삿갓 가볍기 빈 배 같아
             
一着平生四十秋(일착평생사십추)  어찌하다 쓰게 되어 사십 평생 흘렀네
             
牧竪輕裝隨野犢(목수경장수야독)  목동은 간편히 쓰고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어옹본색반사구)  늙은 어부 갈매기와 낚시질 할 때 쓰네
           
醉來脫掛看花樹(취래탈괘간화수)  취하면 벗어서 걸고 꽃 나무 바라보고
           
興到携登翫月樓(흥도휴등완월루)  흥나면 벗어들고 누에 올라 달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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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顧偶吟  나를 돌아보며




笑仰蒼穹坐可超(소앙창궁좌가초)  창공을 우러러 웃으며 초월했다가

回思世路更迢迢(회사세로경초초)  세상 길 돌이키면 다시 또 아득해

居貧每受家人謫(거빈매수가인적)  가난하다 식구들에게 핀잔을 받고

亂飮多逢市女嘲(란음다봉시녀조)  어지러이 마신다 거리의 여인들이 놀리네

萬事付看花散日(만사부간화산일)  세상만사 흩어지는 꽃이라 여기고

一生占得月明宵(일생점득명월소)  일생 밝은 달밤 같이 살려 했는데

也應身業斯而己(야응신업사이이)  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거니

漸覺靑雲分外遙(점각청운분외요)  청운의 꿈 분수 밖임 차츰 깨닫네

댓글 1개:

  1.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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