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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님의 시 모음


내 또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인을 말하라면
정호승 시인이 아닐까 한다...

슬픔과 애환...
고독...
그리고 항상 따뜻함과 희망을 주는 시인....

가을이 오려하니^^ 시인의 시가 많이 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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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 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벅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래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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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노래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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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별에서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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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부석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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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폭포


술을 마셨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라
가을폭포는 낙엽이 질 때마다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걸어들어가
외로운 산새의 주검 곁에 누워 한 점 첫눈이 되기를 기다리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일어나 가을폭포로 가라
우리의 가슴속으로 흐르던 맑은 물소리는 어느덧 끊어지고
삿대질을 하며 서로의 인생을 욕하는 소리만 어지럽게 흘러가
마음이 가난한 물고기 한 마리
폭포의 물줄기를 박차고 튀어나와 푸른 하늘 위에 퍼덕이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서 몸을 던져라
곧은 폭포의 물줄기도 가늘게 굽었다 휘어진다
휘어져 굽은 폭포가 더 아름다운 밤
초승달도 가을폭포에 걸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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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한잔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가을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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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다리는 편지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 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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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

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
첫아이를 사산 한 그 여인에 대하여 기도하고
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그 청년의 애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슬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새벽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하다.

나는 오늘 새벽, 슬픔으로 가는길을 홀로 걸었으며
평등과 화해에 대하여 기도하다가
슬픔이 눈물이 아니라 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저 새벽별이 질 때까지
슬픔의 상처를 어루만지지 말라.
우리가 슬픔을 사랑하기까지는
슬픔으로 가는 새벽길을 걸으며 기도하라.
슬픔의 어머니를 만나 기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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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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