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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님의 견디다

학창시절 학회실에 나뒹굴던 시집의 내용 지금도 기억난다.
"두드려라 그러면 부서질것이다"... 백무산님의 시...
직설적이고, 정면으로 충돌했고, 살아 꿈틀거렸다...

2012년말... 어떻게 견디는 것이 잘견디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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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다


                                           -  백무산 -

명절날 친척들 한 자리에 둘러앉으니
그곳이 이제 갈등 들끓는 국가다
그 가운데 한 명 이상은 사장이고
한 명 이상은 극우파이고
한 명 이상은 붉은 머리띠를 매어 보았고
한 명 이상은 고학력 실업자이고
한 명 이상은 영세상인이고
한 명 이상은 조기퇴출되어 보았고
한 명 이상은 대기업 정규직이고
누구는 파출부를 하면서 극우파이고
누구는 농민이면서 친미파이고
누구는 부동산으로 돈깨나 벌었고


누구든 하나가 세상 푸념 시부렁대면
여지없이 면박이 날아온다 위아래가 치고받는다
누구 없이 망국론이다 전엔 여당 야당이 다투더니 이젠 전방위다
그러나 그것이 차라리 진보라면 진보다
정치가 이제 밥상머리에 왔다
권력이 이제 문간 들머리에서 쌈질이다
정치가 삶에 들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누가 누구의 전부를 뭉개버리기 어렵게 되었다
산 것과 죽은 것이, 쌀과 뉘가 뒤섞인 건
오래 가지 않는다 밥솥까지 가지 못한다
그걸 선별해내느라 구경꾼들이 무대까지 올라왔다
지금은
이 소란스러움을 견디는 일이 진보다

정호승 님의 눈발

한 순간의 선택이 엄청나게 중요한 날이 다가오고 있다.
1호여자를 막고 싶은 내 생각은 지금은 무지 단순하다...
역사의 역주행을 잠시나마 막아야 한다는 것 뿐...

온 몸으로 번질지 모르는 발등의 불을 우선 끄고보자는 내 생각은...
너무나 단순한 것인가... 너무 무책임한 것인가...

발등의 불이 징그럽게 두려워서 혼란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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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발


                                            - 정 호 승 -

별들은 죽고 눈발은 흩날린다
날은 흐리고 우리들 인생은 음산하다
북풍은 어둠 속에서만 불어오고
새벽이 오기 전에 낙엽은 떨어진다
언제나 죽음 앞에서도 사랑하기 위하여
검은 낮 하얀 밤마다 먼 길을 가는 자여
다시 날은 흐르고
낙엽은 떨어지고
사람마다 가슴은 무덤이 되어
희망에는 혁명이
절망에는 눈물이 필요한 것인가
오늘도 이 땅에 엎드려 거리낌이 없기를
다시 날은 흐리고 약속도 없이
별들은 죽고 눈발은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