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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金光圭)님의 시

제 나이 또래(?)에 많은 영향을 주신 시인중 한분이라 보여지네요...

저는 원래 시하고는 거리가 먼사람인데^^ 머 지금도 거리가 멀지만...
약간이나마 가까이할 계기가 있었는데, 친한 술꾼 똥파리(82학번)^^ 선배님이 알고보니 김수영시인 광이었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시'까졍 직접 쓰시더군요^^

그때 알게된 시인들중 한분이 김광규(金光圭 ) 시인이었습니다^^
박노해나 백무산 보다는 약간 덜하지만^^
젊은 혈기를 더욱 불같이 타오르게 하시는 분들중 한 분^^
10여년 동안 접해보지 못했는데... 이분 아직도 시를 내시나 봅니다...
요새는 어떤시를 쓰시는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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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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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그렇지 않다


굳어 버린 껍질을 뚫고
따끔따끔 나뭇잎들 돋아나고
진달래꽃 피어나는 아픔
성난 함성이 되어
땅을 흔들던 날
앞장서서 달려가던
그는 적선동에서 쓰러졌다
도시락과 사전이 불룩한
책가방을 옆에 낀 채
그 환한 웃음과
싱그러운 몸짓 빼앗기고
아스팔트에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스무 살의 젊은 나이로
그는 헛되이 사라지고 말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물러가라 외치던 그날부터
그는 영원히 젊은 사자가 되어
본관 앞 잔디밭에서
사납게 울부짖고
분수가 되어 하늘높이 솟아오른다
살아남은 동기생들이 멋쩍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와서
결혼하고 자식 낳고 어느새
중년의 월급장이가 된 오늘도
그는 늙지 않는 대학
초년생으로 남아
부지런히 강의를 듣고
진지한 토론에 열중하고
날렵하게 볼을 쫓는다
굽힘 없이 진리를 따르는
자랑스런 후배
온몸으로 나라를 지키는
믿음직한 아들이 되어
우리의 잃어버린 이상을
새롭게 가꿔 가는
그의 힘찬 모습을 보라
그렇다
적선동에서 쓰러진 그날부터
그는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
우리의 앞장을 서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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