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ent

레이블이 한국시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한국시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60516 이슬은 사라지는 게 꿈이 아니다

이슬은 사라지는게 꿈이 아니다


오늘도 새벽에 이슬구경을 해볼거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긴 했는디,
결과는 역시나...
지난 2주 정도 파란병 이슬이와 너무 친해진갑다.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기가막히게 승화시켜 나가는,
그 글을 읽다보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피어나오는,
정호승 선생님의 괴력.
'이슬의 꿈'이라는 시도 그런거 같다.



5월 16일 오후 2시에 사이렌 소리를 울려대는 개새들에
기분이 꿀꿀해졌는데,
파란 이슬은 당분간 포기하고,
장노출의 파도를 잡아본답시고 저녁에 길을 나섰다.

며칠전 열받아서 쳐박아둔 중국제 호루머시기 nd8 필터를 열심히 닦고,
테스트를 하는데 매 한가지 ㅠㅠ
nd 필터인지 red 필터인지 분간이 안갈정도...
하는 수 없이 흑백 모드로 놓고 찍어보기는 했는데,
무언가 약간 이상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With Fuji X-E1 &  voigtlander 35.4



** 그래도 장노출의 효과는 보이긴 한다...
개중 나아보이는 늠을 오늘은 먼저.



**  태우의 아빠와 아들.
아빠의 표정은 못보았으나 아들의 표정으로 대충 읽을 수 있다.
당찬 녀석 같으니라고~~



** 보리가 막바지다. 초점없이 흔들리는 기분???



** 비가 내린 후인데 구름이 그럭저럭 좋은 날이었다.



** 사춘기의 망아지. 숫말인데 머를 보려는지 구경꾼들이 제법있다.
성격은 무지 명랑해 보인다. 로시난테 또는 비룡...



** red 필터 비스므리한 효과로 아마릴리스가 눈에 띄는 상황 ㅠ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비올때 못나온게 좀 아쉬운 구름들이다.



** 정말 오랜만의 장노출 연습.
아마 10년정도 되는거 같다...



** 연습 2


** 연습 3



** 연습 4


정호승 님의 가을시들...


일주일 사이에 계절이 바뀌어 버렸네요...
시간이 정말 총알입니다. 계획한 일에 반도 못했는데...




 

***************************************************

                         
                                           
 가을입니다        
 떡갈나무 한 그루 바람에 흔들리다가
 도토리 한 알 떨어져 또르르 굴러가다가
 그만 지구 밖까지 굴러가
 별이 됩니다



***************************************************

가을꽃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

가을 일기 


나는 어젯밤 예수의 아내와 함께 여관잠을 잤다
영등포시장 뒷골목 서울여관 숙박계에
내가 그녀의 주민등록번호를 적어넣었을 때
창 밖에는 가을비가 뿌렸다 생맥주집 이층 서울교회의
네온사인 십자가가 더 붉게 보였다
낙엽과 사람들이 비에 젖으며 노래를 부르고
길 건너 쓰레기를 태우는 모닥불이 꺼져갔다
김밥 있어요 아저씨 오징어나 땅콩 있어요
가을비에 젖은 소년이 다가와 나에게 김밥을 팔았다
김밥을 먹으며 나는 경원극장에서 본 영화
벤허를 이야기했다 비바람이 치면서
예수가 죽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말없이 먹다 남은 김밥을 먹었다
친구를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릴 수 없는 나는
아무래도 예수보다 더 오래 살 것 같아 미안했다
어디선가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곧 차소리가 끊어지고 길은 길이 되었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그녀가 벗논 속치마 위로 기어갔다
가을에도 씨뿌리는 자가 보고 싶다는



***************************************************

이별에게 


내 너를 위해 더듬이를 잘라야겠느냐
내 너를 위해 저녁 해를 따라가야겠느냐
모래내 성당의 종소리는 들리는데
개연꽃 피는 밤에 가을달은 밝은데
가슴마다 짓이겨진 꽃잎이 되어
꽃잎 위에 홀로 앉은 벌레가 되어
내 너를 위해 눈물마저 버려야겠느냐
내 너를 위해 날개마저 꺾어야겠느냐
그녀의 마른 젖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불을 껐다
빈 방을 찾는 남녀들의 어지러운 발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야윈 어깨가 가을 빗소리에 떨었다
예수는 조루증이 있어요 처음엔 고자인 줄 알았죠
뜨거운 내 손을 밀쳐내며 그녀는 속삭였다
피임을 해야 해요 인생은 짧으나 피임을 해야 해요
나는 여관 종업원을 불러 날이 새기 전에
우리는 피임을 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돌아오겠다던 종업원은 돌아오지 않고 귀뚜라미만 울었다
가을비에 떨면서 영등포 경찰서로 끌려들어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때
서울교회의 새벽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김광규 (金光圭)님의 시

제 나이 또래(?)에 많은 영향을 주신 시인중 한분이라 보여지네요...

저는 원래 시하고는 거리가 먼사람인데^^ 머 지금도 거리가 멀지만...
약간이나마 가까이할 계기가 있었는데, 친한 술꾼 똥파리(82학번)^^ 선배님이 알고보니 김수영시인 광이었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시'까졍 직접 쓰시더군요^^

그때 알게된 시인들중 한분이 김광규(金光圭 ) 시인이었습니다^^
박노해나 백무산 보다는 약간 덜하지만^^
젊은 혈기를 더욱 불같이 타오르게 하시는 분들중 한 분^^
10여년 동안 접해보지 못했는데... 이분 아직도 시를 내시나 봅니다...
요새는 어떤시를 쓰시는지 궁금해지네요^^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

아니다 그렇지 않다


굳어 버린 껍질을 뚫고
따끔따끔 나뭇잎들 돋아나고
진달래꽃 피어나는 아픔
성난 함성이 되어
땅을 흔들던 날
앞장서서 달려가던
그는 적선동에서 쓰러졌다
도시락과 사전이 불룩한
책가방을 옆에 낀 채
그 환한 웃음과
싱그러운 몸짓 빼앗기고
아스팔트에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스무 살의 젊은 나이로
그는 헛되이 사라지고 말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물러가라 외치던 그날부터
그는 영원히 젊은 사자가 되어
본관 앞 잔디밭에서
사납게 울부짖고
분수가 되어 하늘높이 솟아오른다
살아남은 동기생들이 멋쩍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와서
결혼하고 자식 낳고 어느새
중년의 월급장이가 된 오늘도
그는 늙지 않는 대학
초년생으로 남아
부지런히 강의를 듣고
진지한 토론에 열중하고
날렵하게 볼을 쫓는다
굽힘 없이 진리를 따르는
자랑스런 후배
온몸으로 나라를 지키는
믿음직한 아들이 되어
우리의 잃어버린 이상을
새롭게 가꿔 가는
그의 힘찬 모습을 보라
그렇다
적선동에서 쓰러진 그날부터
그는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
우리의 앞장을 서서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