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양이 관찰 (13) 경험부족의 족쇄
4일 저녁 태우서쪽 포구에 갔다가 난감한 일이 생겼다.
애용이가 보이지 않아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오리걸음을 좀하고,
다시 편의점 쪽으로 와보니 포구쪽에서 애용이가 슬슬 걸어온다.
봉지밥 연습을 시킨답시고 봉지에 구멍을 3개 뚫고 줘봤는디,
요녀석 잘 뜯지를 못한다...
오늘까지만 내가 뜯어준다는 다짐으로 일회용그릇에 담아주고,
음료수 하나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편의점 사장 왈,
밤하고 새벽에 고양이 패거리가 와서 울어대는 통에 잠을 못자겠단다.
태우해변의 녀석들이 확실히 진출을 해버린 모양이다...
"저 노랭이(애용이)만 밥주는 데요..." 둘러대긴 했는데,
사장의 심정도 이해가 가서 마음이 편치 못하다.
우째야 하누.
서쪽 포구에는 비나 바람이 불면 동쪽 포구보다 파도가 더 들이쳐서,
사료를 놓을 곳도 마땅치 않고,
그나마 포구쪽에서 나은 장소는 입구쪽인데,
차도와 사람들 그리고 중형견들로 위험하다.
아예 포구가 주무대인 애들이라면 모를까 태우의 녀석들은 좀 걱정된다.
태우의 6마리 녀석들이 포구를 차지하면 아마도 애용이는 쫒겨날거 같고...
답답한 노릇이다.
내일 가서 그나마 나은 방향이 무언지 다시 살펴보긴 할건데,
겨울전까지는 어쩔수 없이 위험하지만 포구가 나아보이긴 하고,
거세고 차디찬 겨울바람과 파도가 최고의 문제다.
태우녀석들은 이미 봉지밥에 익숙하고,
애용이를 빨리 익숙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나의 경험 부족이 역시나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다.
보기 좋다고 어디서나 일회용 그릇을 쓰는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바람을 막을수 있고 눈에 잘 안띄는 곳이 아니면,
봉지밥이 현재로선 최고로 보인다.
ㅎ 하다보니 봉지밥도 그냥 줄게 아니었다.
하나 하나 몸으로 배우는게 역시나 최선인 갑다...
하여튼... 우리 애용이 어쩌누...
** 애용이 녀석. 새끼들은 안전한지 의문이다.
새끼때 자란 집에서 해산을 했다 하는데, 왜 밥먹으러 나오는 걸까?
나이가 그리 만치 않은 할머니가 보이는데,
애용이를 챙겨주기는 하는 걸까...
** 두달전 쯤 완전초짜 때, 애들에게 봉지밥을 나눠주다 식겁한 적이 있었다.
바로 아래 사진의 녀석인데 턱시도의 새끼다.
아 턱시도의 이름을 시도로 하는게 너무 성의 없는거 같아 새로 지었다.
이름은 '오몽'이로 제주도 사투리다.
부지런히 움직이는것을 '오몽한다'라 말한다.
요녀석이 마지막 사료방울을 탐하느라 머리가 비닐속에 완전히 들어가서,
나오지 못해 바둥대는데...
다행히 낚시군들이 많은 곳이라 버려진 낚시대로 낙아채서 무사함.
그 날 바로 문방구 가서 제일 작은 가위를 마련해서,
이후 봉지밥 줄때 3개에서 4개의 공기구멍을 내고 밥을 마련.
** 동쪽 포구의 6가족. 이늠들은 다행히 봉지밥에 이제 익숙하다.
이 가족중 제일 먼저 나를 겁내지 않은 녀석.
먹성이 좋아 '팔계'라 부르기로
** 이 가족은 팔계를 비롯해 큰늠 3마리, 새끼 3마리이다.
오몽이네 가족이 살았던데를 컨닝해서 아직까지는 다들 무사함.
** 비가 안올때는 사진같은 그릇도 쓸만한데,
저 위치는 비와 갯강구에 속수무책.
그래서 지금은 기냥 물그릇중 하나로 하고 있다.
바닷가에서는 경험상 제일 좋은 물그릇이 2리터 생수병을 밑에서 4마디로 자르면,
작아보여도 500미리가 딱 들어가드라.
동쪽포구에는 물그릇 5개정도 유지.
** 많이들 컷다 새끼들도.
오몽이의 새끼들 보다 약간 작긴 하지만 무지 잘 자랐네...
요랫던 녀석이?
요정도로.
** 이 녀석때문에 얘들도 오몽이의 새끼로 착각했음.
ㅎ 턱시도가 턱시도를 낳겠지 했는데 아니올시오드라...
이 녀석들의 크기를 보니 집옆 놀이터의 뭇나가 얼마나 작은지 깨닫는다.
다행히 매일 매일 무라와 뭇나는 확인하고,
간식에 환장하는 모습에 웃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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