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양이(2)
이호태우의 이쁜녀석을 처음 본건 올 봄 초였다.
태우 옆 편의점 바깥 탁자에서 사람들이 머하나 던져주길 바라던 아깽이...
자그마한 녀석이 사람들에게 어리광을 부리는데 귀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편의점이나 주변에서 기르는 마당 고양이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길의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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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요녀석을 자주 본거는 아니었다.
아주 가끔 새벽에 나갈때나 얼굴을 마주쳤지,
대부분 운동하러 나가는 시간이 해질녘 부근이라 못볼때가 많았다.
못본게 아니라 관심이 없었다고 보는게 맞는거 같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사고 담배 하나 피운게 요녀석들을 유심히 바라본 이후이기 때문이다.
5월과 6월 일출을 본답시고 몇번 새벽에 일어났는데,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약간 늦거나,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올때도 있었다.
그런 어느날 새벽, 역시나 일출은 허탕을 쳤는데,
이호 동쪽포구의 방파제에서 요녀석들을 만났다.
오른쪽 녀석은 몸의 한쪽이 거의 마비였다.
왼쪽의 하얀녀석이 마치 돌보는거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이 때는 아침이라 새벽 낚시군들 만이 주위에 있어,
이녀석들의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담배하나 피며 요놈들을 좀 보자니 하얀 녀석이 낚시군들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인심 좋은 사람은 작은 물고기 하나를 던져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욕과 함께 외면한다.
이 포구에서는 작년에 다른 고양이를 한마리 봤고 올해 그녀석을 보지 못했다.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이 한국에서 보통 2년이라는데,
내 경험으로 제주에서는 만 2년 정도 만나본 고양이가 한마리도 없다.
집주변에서도 몇마리 보이다 금새 사라진다.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들 같이 TNR을 제주시에서 하는걸까 알아보니 그것도 아니다.
번식기가 자주오는 길고양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다른 영역으로 가는건지 죽어간 건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통계치가 존재하는지 궁금한게 하나 생겼다.
제주의 길고양이 개체수는 어떤 변화를 그리고 있는지.
이제는 제주도심이든 약간 촌동네든 고양이를 자주 보지 못한다.
낙향한지 7년째인데 내 눈에는 개체수가 더 작아지는것 같다.
요즘은 공사로 많은 집들이 허물어져 버렸지만,
재작년 까지 있던 내도의 바닷가 마을에서 기이한 경험을 했다.
알작지 주변에 중형견을 저녁에 풀어 놓는집이 꽤 있었다.
아예 항상 풀려져 있는 개들도 존재했었다.
어느날 저녁...
하얀 진돗개 비슷한놈과 검은 고양이 한마리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의 외침...
"죽여! 물어!"
마음속으로 쌍욕이 꿈틀대었지만 내가 한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순한 목격자였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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